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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빌더 캠프 3등 후기: '나'를 부수고 '사용자'를 만나는 여정 본문

회고록

당근 빌더 캠프 3등 후기: '나'를 부수고 '사용자'를 만나는 여정

순원이 2025. 9. 23. 20:06

오랫동안 저는 소설을 읽으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태도를 길러왔습니다. 이야기는 저에게 세상을 보는 하나의 창이었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며 보이지 않는 그들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제 삶의 습관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저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중요한 '타자', 즉 사용자를 잊은 채 저만의 독백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번 당근 빌더 캠프는 그 독백을 부수고, 진짜로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프로덕트 빌더로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써내려가보겠습니다.


과정

STEP 1: 새벽 3시, 길을 잃은 아이디어

해커톤의 시작과 함께, 저희는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와 해결책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좀처럼 뾰족해지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겪는 사람이 정말 많을까?", "우리의 해결책이 진짜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까?" 스스로 던진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새벽 3시를 향하고 있었고, 저희는 여전히 저희가 생각하는 문제 갇혀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습니다. 😂

STEP 2: 사용자의 목소리에서 길을 찾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서, 저희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우리의 머릿속이 아닌, 세상의 목소리를 듣자." 저희는 '지역사회 단절'이라는 키워드와 외국인이라는 타겟팅으로, 실제 사용자들이 겪는 고통의 순간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외국인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들이 겪는 문제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수술동의서에 사인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른 채로…." (국제부부 커뮤니티)
  • "아파서 동네 병원에 갔더니, 외국인이라 진료를 안 봐준다고 하더라고요." (유학생 커뮤니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이웃이 겪고 있는 의료 접근성의 단절' 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를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3만 원이면 해결될 진료가, 언어의 장벽 때문에 15만 원짜리 대형 병원 방문으로 이어지는 비효율과 차별의 현실을 발견했습니다.

STEP 3: 찐찐찐찐 문제 정의와 해결책 도출

문제 정의가 명확하니 해결책들도 바로 떠올랐습니다. 저희의 해결책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동네 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하나의 질문을 향했습니다. 

  • 외국인 친화 병원 추천 &&자동 예약: 어느 병원을 가야할지 모르는 외국인에게 증상을 입력받고 자동으로 외국인 친화 병원 추천과 예약을 잡아주는 기능
  • 실시간 소통: 단순 번역을 넘어, 의료 용어와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저희는 AI를 활용하여 의료 도메인 특화 프롬프트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 장벽을 허물고자 했습니다.
  • 한국 병원 과정 온보딩: 단계가 끝나면 병원의 과정을 알려주는 온보딩 메시지와 안내 데스크에서 진행해야 할 과정과 직원에게 답해야 할 음성메시지를 제공합니다
  • 처방전 설명: 조사 결과 한국의 정서와 다르게 외국인들은 처방받은 약의 성분, 어떤 바이러스를 걸렸는지 정확하게 확인해야 안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방전 내용을 바탕으로 약, 병명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 약국까지 안내: 가장 가까운 약국을 현재 위치 기반으로 추천해준다

 


느낀점1: 광명을 찾다, 사용자 중심 사고

'이 기능이 정답이야', '사용자는 이렇게 움직일 거야.' 저는 제가 만든 세계의 신이 되어 사용자의 동선을 예측하고 기능을 밀어붙이는 편협한 사고에 갇혀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제게는 건조한 명제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중, 조쉬(Josh)님의 키노트를 듣고 광명을 찾은 듯하여 벅참이 밀려왔습니다. 사용자 중심 사고.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말이었지만, 그날따라 그 단어는 제 심장에 깊이 박혔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타자를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제 삶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는 철학이었습니다.
그들의 불편함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겪는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술이라는 언어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도 감명 정도로 끝나고 실천하지 못했다는.. 새벽 3시에 진정으로 몸으로 겪으며 깨달았다는...)

이러한 생각들이 깊어진 데에는 해커톤에서 몇몇 분들과 짧은 대화 덕분에도 있습니다. 구글 솔루션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한 홍주, 자신이 겪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여 수만 MAU를 달성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세상 속에 문제를 해결하며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빛나는 가치관을 가진 동료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고 싶다는 열망과 누군가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이다라는 저의 다짐을 선명히할 수 있었습니다.


느낀점2: 당근의 문화에 감동하다

이번 해커톤은 "너희의 역량을 보여줘 그 중 제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볼게"라는 대신, "당신들의 능력을 믿습니다.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하겠습니다" 라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았습니다.

밤을 새우며 고뇌하는 저희 방에 멘토님들이 스스럼없이 들어와 함께 머리를 맞대주시고, 따뜻한 응원도 건네주셨습니다. 멘토님들이 같이 밤을 새워주는 해커톤, 세상에 이런 해커톤이 존재할까요…🫢 풍족하게 제공되던 식사와 간식, 너무 풍족한 나머지 제 팀원은 야식부터 버거움을 느껴 아침과 점심을 먹지도 못했습니다🤣(요아정, 야식 시켜주는 해커톤 경험해본 적 있는 사람..?)또한, 클로드 맥스라는 아낌없는 지원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저희의 잠재력에 대한 당근의 진심 어린 지원으로 느껴졌습니다. 대충 인건비와 등등 포함하여 비용을 대충 계산해보면 평균적으로 참가자 한 명당 100만원이 넘는 지원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당근의 구성원들이 가진 프로페셔널리즘과 참가자를 향한 깊은 존중을 느끼며,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어 그들을 향한 동경심을 안 품을 수 없었습니다.


잘한 점과 아쉬운 점

잘한 점

  • 팀원과 미리 주제를 예측하고 2번의 줌 회의로 준비한 것
    • 해커톤 전 주제를 예측하고 2번에 회의를 진행한 것이 일찍이 서로의 생각의 간극을 좁히고 몰입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 중간에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던 유연성
    • 페인포인트가 확실한지, 문제 해결에 와우 포인트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갈아엎었습니다. 만약 1차 발표 때 발표한 문제 정의와 해결책으로 밀고 나갔다면, 3등을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실제 사용자 사례를 찾아 문제를 구체화한 것
    • 외국인 부부 커뮤니티, 유학생 인터뷰를 통해서 실제 사용자의 페인포인트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 아이디어 분류, 묶기
    • 생각을 펼치는 건 잘하지만 아이디어 분류와 묶는 절차를 잘하지 못하여 지난 숭실대 해커톤 회고록 때 아쉬운 점으로 뽑았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 코드를 짤 때 생각을 구조화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이번 해커톤 때 나타났습니다. 사고 흐름을 정리하고 아이디어 재그룹화를 통해 우리가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거시적인 관점으로 ‘타겟층’과 ‘매개체’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었고, 결국, 최종 아이디어와 결부된 외국인이라는 타겟층으로 좁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

  • 아이디어 도출에 새벽 3시까지 소요되어 구현 시간 부족
    • 원인 분석: 초기에 유저 중심이 아닌 제 중심으로 접근한 것.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아이디에이션 때문에, 결국 모든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가 생각하는 문제와 해결법'에 갇혀 있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에 사용자를 구겨넣고 있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사용자의 실제 사례와 페인 포인트를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훨씬 더 빠르고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적용하기: 해커톤이 끝나고 다음날 사이드 프로젝트(북스타) 팀원들에게 이 배움을 공유하고, 회의를 통해서 유저의 페인포인트를 진짜로 해결하기 위해 앱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무리

당근 빌더 캠프는 제게 단순한 해커톤이 아니었습니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배우고, 열정적인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용광로와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얻은 뜨거운 열정과 깊은 깨달음을 안고, 앞으로 더욱더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저만의 방식으로 타자를 사랑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겠습니다.

 

KPT 회고와 함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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