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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소설이 존재할 이유는 없다(Feat 독서는 치열하게)

by 순원이 2024. 2. 12.


나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읽는 분야로는 건축, 미술, 사진, 심리, 철학, 재즈, 경제, 과학이 있다.

유튜브를 보다 과학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요즘 양자역학을 공부한다고 썰을 푸는 장면을 보았다.

보다가 의아했다. 왜 이 사람이 양자역학을??

남을 보게 되니 내가 보였다.

나도 다독을 하던 시절 여러 분야에 책을 읽게 됐다. 책이라면 다 좋지라는 생각으로 구미가 당기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당연히 과학도 포함됐다. 내가 과학을 일상에서 쓰지 않으니 당연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 지식의 폭을 넓히는 건 대화의 주제를 넓히기 위함과 뽐냄을 위함이었다.

물론 나쁜 이유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한정적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반문하게 되었다.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했던 시절, 잘 살아가기 위해 심리와 철학을 읽었고 사진이라는 취미가 생겨 사진과 미술을 읽었다. 외출을 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건물이기에 더 많이 보기 위해 건물을 읽었다.

그렇다면 지금껏 가장 많이 읽었던 소설은 왜 읽었을까? 처음엔 군대에서 핸드폰을 할 수 없고 그나마 재밌는 게 책이어서 읽었다. 그렇다면 책보다 재밌는 게 넘쳐나는 지금은? 소설을 왜 읽어야 할까?

소설을 읽어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군대 휴가 때 방에서 책을 읽고 있다 엄마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네가 웬 일이냐 하면서. 난 넌스레를 떨며 엄마도 읽어 보라며 내가 읽고 있던 ‘안나 카레니나’를 추천했다. 추천한 이유가 ‘재밌다’라는 말 뿐만 아니라 정당한 이유를 대야만 할 것 같아 어디서 본 듯한 말로 설명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고, 제 삼자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어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다고.

거짓말이다. 말하고 나서 부끄러웠다. 난 지금 껏 소설에서 배움을 얻은 적이 거의 없다. 소설보다 직관적인 인문학 책에서 배움을 많이 얻었다.

생각하는 사람인 척 하면서 생각 없이 책(소설)을 읽고 있었다 참 우스운 일 아닌가.

책을 재미로 읽고 싶지 않다. 재미는 부가적인 요소이어야 좋은 거다. 독서는 양질의 결과물이 나올 때만 양질의 행위이다.






지금은 개발자라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 책을 읽을 시간이 한정적이다. 외출을 하기 전 어떤 책을 들고 나갈지 고심한다. 읽고 싶은 책은 넘쳐나지만, 정말 내게 필요한 책을 딱 한 권 골라야 한다. 그건 소설이 아니다.



당분간 소설을 읽어야 할 당위성을 찾기 전까지 소설은 안 읽을 것 같다.



다른 분들은 소설을 왜 읽나요?
(절 설득할 만한 근거를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