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읽는 분야로는 건축, 미술, 사진, 심리, 철학, 재즈, 경제, 과학이 있다.
유튜브를 보다 과학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요즘 양자역학을 공부한다고 썰을 푸는 장면을 보았다.
보다가 의아했다. 왜 이 사람이 양자역학을??
남을 보게 되니 내가 보였다.
나도 다독을 하던 시절 여러 분야에 책을 읽게 됐다. 책이라면 다 좋지라는 생각으로 구미가 당기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당연히 과학도 포함됐다. 내가 과학을 일상에서 쓰지 않으니 당연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 지식의 폭을 넓히는 건 대화의 주제를 넓히기 위함과 뽐냄을 위함이었다.
물론 나쁜 이유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한정적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반문하게 되었다.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했던 시절, 잘 살아가기 위해 심리와 철학을 읽었고 사진이라는 취미가 생겨 사진과 미술을 읽었다. 외출을 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건물이기에 더 많이 보기 위해 건물을 읽었다.
그렇다면 지금껏 가장 많이 읽었던 소설은 왜 읽었을까? 처음엔 군대에서 핸드폰을 할 수 없고 그나마 재밌는 게 책이어서 읽었다. 그렇다면 책보다 재밌는 게 넘쳐나는 지금은? 소설을 왜 읽어야 할까?
소설을 읽어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군대 휴가 때 방에서 책을 읽고 있다 엄마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네가 웬 일이냐 하면서. 난 넌스레를 떨며 엄마도 읽어 보라며 내가 읽고 있던 ‘안나 카레니나’를 추천했다. 추천한 이유가 ‘재밌다’라는 말 뿐만 아니라 정당한 이유를 대야만 할 것 같아 어디서 본 듯한 말로 설명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고, 제 삼자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어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다고.
거짓말이다. 말하고 나서 부끄러웠다. 난 지금 껏 소설에서 배움을 얻은 적이 거의 없다. 소설보다 직관적인 인문학 책에서 배움을 많이 얻었다.
생각하는 사람인 척 하면서 생각 없이 책(소설)을 읽고 있었다 참 우스운 일 아닌가.
책을 재미로 읽고 싶지 않다. 재미는 부가적인 요소이어야 좋은 거다. 독서는 양질의 결과물이 나올 때만 양질의 행위이다.
지금은 개발자라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 책을 읽을 시간이 한정적이다. 외출을 하기 전 어떤 책을 들고 나갈지 고심한다. 읽고 싶은 책은 넘쳐나지만, 정말 내게 필요한 책을 딱 한 권 골라야 한다. 그건 소설이 아니다.
당분간 소설을 읽어야 할 당위성을 찾기 전까지 소설은 안 읽을 것 같다.
다른 분들은 소설을 왜 읽나요?
(절 설득할 만한 근거를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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